티스토리 뷰

소소한 일상

대상포진 치료 경험담

like a bird 2017. 3. 21. 11:23
반응형

둘째가 태어나기 전이니까 8~9년전쯤의 일입니다.

시골인 시댁에 다녀오면 울긋불긋 피부가 유독 가렵고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피부가 예민한 편에 건조하지만 여름이라 괜찮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길 두달즈음 시댁만 다녀오면 너무도 가렵고 힘들던 어느날 원인을 발견합니다.

어머님이 초여름 비가 올때 이불을 빨아 말리면서 덜 말랐던게 원이이었던지 먼지다듬이 같은 벌레들 눈에도 보이지 않을만큼 아주 아주 미세한 크기의 벌레가 집안 곳곳에 너무도 많았답니다. 그중에 근원지는 바로 잘 정리해둔 이불밑에서 발견했고 그중에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거로 보이는것들은 색도 빨갛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던걸 우연히 발견해서 퇴치에 나섰어요.

그렇게 몇달간 다달이 한두번은 꼬박 내려가던게 큰아이가 있던때라 살짝 꺼러지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당시 저희 저희 아이만 그 벌레한테 물려서 여기저기 몸도 가렵고 울긋불긋 부풀어 오르기 까지 했었으니까요.


벌레퇴치 완료하셨고 이불도 다 털었고 집안 소독도 하셨다고 안심하라고 하셔서 간 시댁에서 자고온날부터 또 몸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옷도 빨고했는데도 좀처럼 가려움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어요.

그냥 한번씩 가려워서 긁고 또 긁고 참다가 또 긁기를 반복했답니다.

그러기를 2주쯤 지났을까 그때부터 허리가 너무도 아프기 시작했어요. 너무 아파서 자다가 깰정도였지요. 친정에 간날 아이를 맡기고 친구와 만난날 너무 아파서 같이 한의원을 방문해서 침을 맞으니 그날은 아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집에오고 출근하니 또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다시 회사근처 한의원을 갔지만 도통 나아지지 않아서 다음날은 다른 한의원을 또 다른날은 다른 한의원을 전전하기 시작합니다. 친정이 가깝다면 그쪽으로 가고싶을정도로 아파서 잠을 못잤어요. 급기야 너무 아파서 자다 일어나서 앉아서 졸다가 잠들다 또 앉아서 졸다가 잠들다를 반복 통증으로 인해 30분이상 잘 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허리 뼈가 바람이 들어서 아픈거처럼 시리고 아프고 꼭 구멍이 뻥 뚫려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듯한 그런 상태였습니다.


 신랑은 바쁘고 퇴근하면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고 아이는 돌봐야하고 여름이라 매일 씻겨야하고 밥먹이고 같이 놀이하다 재우기를 반복하고 저는 앉아서 자는것도 벽에 쿠션을 놓고 기대서 아픔에 거의 울먹이다 조는 정도였습니다. 피곤함에 지쳐 잠들면 고통에 깨고 또 반복하고 회사에서도 너무 힘들어서 병원을 다녔지만 원인은 다들 모른다고하더라고요. 제대로 누워서라도 잠을 잘 수 있다면 좋겠는데 누워있는거조차도 힘들정도라 거의 매일을 울었던거 같아요.


피부는 피부대로 엉망이고 가려움의 정도도 심해지고 급기야는 짓무름이 시작되었네요. 회사 근처에 있는 피부과를 검색해서 갔더니 원장님 세미나 참석으로 없어서 진료 불가라고 하네요. 그냥 포기하고 한의원 치료나 받았습니다. 한참 피부과 붐이 불던때라 모든 피부과들이 대부분 미용목적의 진료만 하는곳으로 변해가고 있을때였습니다.


허리는 아프고 피부는 짓물이나니 또 아프고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중 버스에 있는 피부과 광고를 보고 마침 그 정류장이라는 안내멘트에 홀려서 무작정내려서 진료 예약을하고 대기합니다. 회사에는 양해를 구했고요. 이미 3주넘게 아파서 힘들어하는걸 봐왔기에 진료를 보고 오라고 합니다.

피부과 가니 아침 진료시작전부터 사람들이 대기실에 가득합니다. 역시나 어르신분들이 제일 부지런하신듯해요.


30분이 조금 지나서야 겨우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가려움의 증상과 짓무름의 부위가 살짝 민망한곳이어서 여자선생님을 기대했지만 나이드신 남자선생님이었네요. 바지를 살짝내리고 골반옆의 피부상태를 보여드리니 옆의 간호사에게 뭔지 알겠냐고 물으시고 간호사가 대답하니 맞다고하십니다. 그래서 받은 진단명은 '대상포진'이었답니다. 대뜸 의사샘이 저에게 물으시길 "세상사는게 힘들어요?" "젊은 사람이 뭐가 그리 힘들어서 이런 병에 걸려요. 어쩌다 이렇게까지 방치했어요." "어디 다른 아픈곳 없어요. 분명 너무 아픈곳이 있을텐데요." 하십니다.

"선생님, 저 허리가 시리고 아파서 잠도 못자요. 그래서 한의원가서 침맞으니 괜찮아서 계속 한의원만 다녔어요. 다른 피부과 갔더니 미용만하고 원장님 없어 치료 못하고 왔어요." 라고 저도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허리가 아팠던거는 대상포진에 따른 합병증과 같은거라고 해요. 그리고 대상포진은 보통 한쪽으로만 온다고해요. 오른쪽 또는 왼쪽요. 저는 오른쪽 골반쪽에 포진이 올라왔고 심한 사람은 그 흉터가 평생가기도 한다고 하네요. 다행히 저는 치료만 잘받으면 괜찮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적외선 치료실로 옮겨서 치료를 받는데 왜이리 서럽던지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선생님이 사는게 그리 힘드냐고 하셨던 말씀도 생각나고 내가 왜 이래야하나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적외선 치료후 약국에가니 약사 선생님도 저를 쓰윽 한번 쳐다보시며 힘드시겠다고 말씀해주십니다.

왠지 그날 하루 제가 너무 측은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회사에 와서 점심시간에 밥을먹고 약을 먹으니 허리 아프던게 통증이 줄어듭니다. 골반 짓무름에 처방해주신 연고도 꼼꼼하게 발라줬어요.




다음날도 진료를 보는데 의사선생님이 어떠냐고 하시길래 어제는 몇주만에 누워서 잤다고 말씀드렸어요.

허리는 대상포진의 합병증이어서 약먹으면 나을텐데 그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고 조심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약값이 비싸죠. 보험이 안되서 그래요." 하고 하시네요. 다음 진료일 잡아주시면서 진료 잘 받고 푹쉬고 힘든일 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시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녁에 엄마와 통화하는데 엄마가 너는 젊은게 어쩌다 그런병에 걸렸냐면서 주말에 들르라고 하시네요. 영양제 사두셨다고 받아가라고요. 에고 제가 사드려야하는데 말이죠.

이와중에 제일 서운한건 남의 편이었어요. 바쁘다곤해도 제가 아플때 좀 일찍와서 집안일도 육아도 도와주면 좋으련만 술약속등등 놀거 다 놀면서 저 아픈건 몰라주니까요. 정말 저는 잠도 못자고 고생할때 코 드르렁 골면서 자는거 보니 화가 나기도 했답니다.


치료를 하면서 약을 먹고부터 허리는 씻은듯이 나아졌고 피부발진도 점점 깨끗이 나아져 갔어요. 혹시나 흉이 남아있을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제 경우엔 깨끗이 나아서 흔적도 없네요. 미련하게 3주 넘게 거의 한달이 지나서야 병원에 간거치고는 진행속도도 더딘편이고 잘 치료되서 나은 운좋은 케이스라고해요.

그래도 완치까지 2~3주간 적외선 치료와 약물복용등을 하였어요. 아프기 시작해서 치료까지 한달반이 넘게 걸렸지만 후유증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다녔던 피부과가 나름 유명하고 오래된 곳이었더라고요.

의사샘도 너무 너무 좋으셨고 진짜 환자를 위하고 걱정해주시는 그런분이셨기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후로 몇년후 시아버님이 대상포진에 걸리셨다고 하십니다. 아프기 시작한뒤 2~3일만에 병원에 가셨다고해요.

시댁에 가니 넌 그아픈걸 몇주를 어떻게 참았냐고 그때 고생 많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뭐든 겪여봐야 그 고통을 알 수 있는거 같아요.

아버님의 경우 단순히 통증만 가지고 바로 병원에 가셨었고 피부나 다른곳으로 나타나지도 않았고 나름 종합병원의 큰곳으로 갔음에도 그 후유증등으로 거의 6개월간 아파하시고 치료를 하셨습니다.

저처럼 포진도 없어서 적외선 치료도 없었는데도 오래걸리신건 나이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대상포진은 쉽게 말하면 수두와 같은거라고 생각해도 된다고해요. 한번 걸리면 다시 걸리지 않는게 보통이지만 간혹 사람에 따라 또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나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힘들면 걸리는 병으로 노인분들중에 걸리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예방접종도 있을정도에요. 예방접종의 비용은 15만원~16만원이 보통입니다.

저희 엄마도 며칠전 대상포진 예방 접종을 하셨다고해요.


혹시나 이유없는 통증이 지속될때는 통증의학과와 함께 피부과도 방문해보세요.

예전에 TV에서 대상포진에 대해 방영한적이 있어요. 그 후유증으로 인해 안면 마비를 앓게되신 분도 있었고 평생 진통제없이 생활이 안되시는 분도 있었어요. 귓속으로 대상포진이 오신분, 얼굴로 오신분 그리고 등이나 가슴쪽으로 포진이 퍼진분등 여러 케이스와 후유증 치료에 대해 나온거였지요.

제가 겪어보고 고통속에 지내봤던거여서인지 진지하게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을 보면서 대상포진은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는데 전 정말 미련하게 거의 한달을 고생하다 갔었구나란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료가 되었고 아직까지 괜찮습니다.

가끔 저희 언니가 병원에 다녀오면서 앞에 붙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봤다면서 저한테도 가서 접종하라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프면 참지말고 바로바로 병원가서 치료 받자를 저는 요즘 실행중입니다.


반응형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금엔 오겹살과 노래방  (0) 2017.03.24
양꼬치 만들기  (0) 2017.03.23
전세 경험담과 집 고르는 요령  (0) 2017.03.22
양파망 이용한 화장실 청소법  (0) 2017.03.20
커피 이야기 카페라떼  (0) 2017.03.17
평화의 소녀상  (0) 2017.03.08
댓글
최근에 달린 댓글
반응형